안녕하세요. 공동법률사무소 KY파트너스 정동욱 대표변호사입니다.

누수로 영업이 멈출 상황이라 다른 업체를 불러 먼저 고쳤는데, 원 시공사가 "원인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보수비 지급을 거절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른바 '선보수(先補修)' 상황, 즉 도급인이 수급인보다 먼저 하자를 보수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의 법적 구조와 실무 대응을 건축주·건물주·발주자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1. 핵심 답: 먼저 보수했다고 청구권이 자동으로 소멸하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667조 제2항은 "도급인은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먼저 하자보수를 청구한 뒤 수급인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 않습니다. 사전 하자보수 청구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 청구의 절대적 선행 요건이 아니며, 사전 보수 요구 없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상 별도 절차와 하자 원인·비용의 입증 문제는 여전히 확인해야 합니다.

선보수를 마친 뒤 그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도급인이 먼저 보수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청구권을 소멸시키지는 않습니다. 다만 법원은 지출 사실만으로 청구를 인용하지 않습니다. 선보수비가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으로 인정받으려면, 도급인은 결국 다음 세 가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① 하자가 존재하고 해당 수급인이 책임질 계약상·법률상 하자일 것 ② 보수에 지출한 비용이 그 하자를 보수하기 위하여 적정한 정도와 범위 내에 있을 것 ③ 보수 방법이 하자 보수를 위하여 적절한 방법이었을 것

이러한 사실은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도급인이 입증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선보수 상황에서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수급인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채 보수가 완료되면 감정인도 하자의 발생 시점·원인·범위를 실질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위 ①과 ②의 입증을 현저히 어렵게 만드는 실질적 불이익으로 작용합니다.

2. 선보수 후 입증이 어려워지는 이유 ### 가. 감정인이 현장을 확인할 수 없는 문제

하자보수 소송에서 하자의 존재와 보수비 적정성은 대부분 감정인의 현장 감정을 통해 확인됩니다. 그런데 선보수가 완료된 경우, 감정인은 보수 전 현장 상태를 직접 조사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감정인은 하자의 발생 시점, 원인, 범위에 대해 "확인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낼 수 있고, 자료 부족으로 청구가 인정되지 않을 위험이 생깁니다.

법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도급인이 제출한 세금계산서나 견적서만으로는 ① 해당 하자가 수급인의 시공상 잘못에 기인한다는 점, ② 보수 비용이 적정하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특히 감정인이 원고 제출 자료(세금계산서, 견적서 등)만을 근거로 선보수비를 산정한 경우, 법원은 이를 "적정한 감정을 통해 산정된 비용이 아니다"라고 보아 배척할 수 있습니다.

나. 하자 원인의 귀속 문제

선보수가 완료된 뒤에는 해당 하자가 수급인의 시공상 잘못 때문인지, 사용자의 과실이나 노후화 때문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구별에 필요한 증명이 부족하면 선보수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수 전 현황 사진, 전문가 소견, 철거 과정 기록 등이 없으면 이 구별을 사후에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다. 비용 범위의 혼재 문제

긴급 방수공사와 인테리어 개선, 노후 부품 교체가 하나의 견적서에 혼재되면 법원은 전체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자 보수에 직접 필요한 비용과 그렇지 않은 비용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면, 법원은 선보수비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3. 관련 하급심 판결 사례

서울고등법원 2025. 11. 26. 선고 2024나2057591 판결 (손해배상(건))

아파트 측 원고와 오피스텔 관리단가 시공사(피고)를 상대로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공용부분 긴급보수 항목에 대한 선보수비를 하자보수비에 포함시켜 달라고 주장한 사건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해당 선보수 항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첫째, 감정인이 확인한 자료는 원고가 제출한 견적서에 불과하였고, 전자세금계산서·작업사진 등 제반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긴급보수가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그 비용이 적절하게 산정된 것인지를 충분히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둘째, 감정인의 현장조사 당시 이미 선보수가 완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감정인이 직접 하자의 발생 시점, 범위 및 정도, 원인 등에 관한 실질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고, 감정인 역시 "보수 시점은 확인이 가능하지만 해당 하자들의 하자 발생 시점이나 원인, 하자보수기간 내에 발생된 하자인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자세한 검토를 하지 못하였으며 확인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셋째, 원고들이 실시한 긴급공사 내역에 따르면 제습기 설치 공사, 로비폰 외함 설치공사, 콘센트 설치 작업, 조경등·분리수거장 등기구 설치 공사 등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법원은 이들이 감정일 이후까지 보수를 미루더라도 피해가 확대되거나 사용에 중대한 지장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여 선보수가 불가피한 공사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선보수비 청구가 배척된 이유를 세 가지 층위에서 보여줍니다. 감정인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점, 하자 발생 시점과 원인을 확인할 자료가 없는 점, 그리고 개별 공사 항목의 성격상 즉각적인 보수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공동주택 하자보수 사건으로 공동주택관리법 제36조에 따른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적용되는 사안이지만, 선보수비 인정 여부를 둘러싼 입증 구조는 일반 건물 도급계약에서도 유사하게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적용 법령과 기간, 책임의 구체적 내용은 계약 유형에 따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4. 실무 증거 준비 ### 가. 보수 전 기록이 핵심입니다

선보수 후 분쟁이 발생하면 감정인은 현장을 직접 조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보수 전에 다음 자료를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사진·영상: 하자 발생 위치 전경 및 근접 촬영, 기상 조건 기록, 타임스탬프 포함 측정 기록: 누수량, 균열 폭, 방수층 두께 등 객관적 수치 (어떤 수치가 하자 기준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공사의 시방서·설계도서·관련 고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획일적인 수치 기준이 모든 사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 소견: 가능하면 제3의 전문가(건축사, 감리자 등)의 현장 확인 의견서 철거 과정 기록: 철거 전·중·후 사진, 철거된 자재 및 시료 보존 수급인에 대한 통지: 하자 발생 사실과 보수 예정을 서면(문자, 이메일, 내용증명)으로 통지한 기록

수급인에게 사전 통지를 하는 것은 청구권의 성립 요건이 아닙니다. 그러나 통지 기록이 있으면 수급인이 대응 기회를 가졌음에도 보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고, 이는 이후 분쟁에서 도급인의 입장을 실질적으로 강화합니다.

나. 공사 범위와 비용의 분리

하자 보수에 직접 필요한 공사와 인테리어 개선, 노후 부품 교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하나의 견적서에 이들이 혼재되면 법원은 전체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종별·수량별·단가별로 내역을 분리하고, 각 항목에 대한 지급증빙(세금계산서, 계좌이체 내역)을 갖추어야 합니다. 새 업체의 견적서 한 장만으로는 적정 비용이 확정되지 않습니다.

다. 부가가치세 공제 문제

도급인이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로서 하자보수에 소요되는 부가가치세를 자기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그 부가가치세 상당액은 실질적으로 도급인의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으므로 손해배상액 산정 시 공제됩니다. 반대로 면세사업 등으로 공제·환급을 받을 수 없어 실제로 부담한 부가가치세라면 배상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청구 금액을 계산할 때 사업의 성격과 공제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5. 현장이 사라지기 전 절차: 증거보전

민사소송법 제375조는 "미리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할 사정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 소 제기 전이라도 증거보전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하자가 발생했으나 아직 보수 전이라면, 또는 보수가 불가피하게 임박한 상황이라면 증거보전 신청을 통해 법원 감정인의 현장 조사를 확보하는 것이 유력한 증거 수단이 됩니다.

증거보전 감정 결과는 이후 본안 소송에서 감정인이 직접 현장을 확인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 선보수비 인정 여부를 둘러싼 입증 부담을 상당히 줄여줍니다. 다만 증거보전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모든 다툼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며, 감정 결과의 해석이나 책임 범위에 관한 다툼은 본안 소송에서 별도로 진행됩니다.

이미 보수를 마쳤다면, 다음 대체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보수 전 하자 현황 사진 및 영상 보수 업체의 작업일지, 시공 전·후 사진 보수 업체 담당자의 진술서 또는 증인 신청 하자 발생 당시 제3자(임차인, 관리인 등)의 목격 진술 수급인에게 발송한 하자 통지 문서 및 수신 확인 ## 6. Q&A

Q. 수급인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보수했는데, 청구 자체가 불가능한가요?

민법 제667조 제2항은 사전 통지를 청구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전 통지 없이 선보수를 하더라도 청구권 자체는 소멸하지 않습니다. 다만 수급인이 원인 확인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사정은, 해당 하자가 수급인의 시공상 잘못에 기인한다는 점과 지출 비용이 적정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실질적인 어려움을 초래합니다. 사전에 수급인에게 하자 발생 사실과 보수 예정을 서면으로 통지하고 합리적인 기간 내에 수급인이 대응하지 않은 경우라면 입증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Q. 영수증과 세금계산서만 있으면 보수비를 인정받을 수 있나요?

영수증과 세금계산서는 지출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이지, 하자의 원인이 수급인의 시공상 잘못이라는 점이나 보수 방법과 비용이 적정하다는 점까지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법원과 감정인은 하자 발생 전 현황 사진, 보수 전·후 사진, 보수 업체의 작업일지, 하자 원인에 관한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지출 증빙 외의 자료가 필요할 수 있고, 자료가 부족할수록 감정인이 "확인 불가"라는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하자보수비 외에 영업 손실도 청구할 수 있나요?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은 하자보수 또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하자로 인해 도급인에게 발생한 확대손해(영업 손실, 임시 이전 비용 등)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하자와 영업 손실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그리고 손실의 구체적 금액을 입증해야 합니다. 영업 손실은 매출 감소 자료, 세금계산서, 장부 등으로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Q. 하자담보책임 기간이 지난 뒤에 하자가 발견되면 어떻게 되나요?

발견일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실제 발생 시점과 적용 법률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상 하자발생기간, 민법·집합건물법상 제척기간, 소멸시효와 보증기간은 성격이 다릅니다. 보수비 지급 자료와 함께 보수 전 사진·통지 기록을 확보하고 청구권별 기한을 계산해야 합니다. 청구 근거마다 정확한 기간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7. 마치며

선보수 상황에서 보수비를 온전히 회수하려면 '지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하자의 원인이 수급인의 시공상 잘못임을 보여주는 현장 기록, 비용의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세부 내역서와 지급 증빙이 함께 갖추어져야 합니다. 보수 전 증거 확보가 어렵다면 증거보전 신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시고, 이미 보수를 마쳤다면 보수 업체의 작업일지와 담당자 진술을 최대한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청구 가능한 범위와 입증 전략이 달라지므로, 개별 사안에 맞는 대응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위 하급심 판결은 저희 사무소의 수행 사례가 아닌 외부 판례 소개입니다. 해당 사실과 증거에 따른 판단이며, 확정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은 판결은 해당 심급의 판단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출처와 관련 글 안내

• 민법 — https://www.law.go.kr/법령/민법 • 민사소송법 — https://www.law.go.kr/법령/민사소송법 • 서울고등법원 2025. 11. 26. 선고 2024나2057591 판결 https://bigcase.ai/cases/서울고등법원/2024나2057591?q=2024나2057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