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동법률사무소 KY파트너스 정동욱 대표변호사입니다.

재건축사업이 사업시행계획 인가 단계까지 오면, 조합 안에서 가장 예민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구역 안에 있던 기존 상가의 소유자들입니다.

아파트 소유자는 대부분 새 아파트를 분양받지만, 상가는 사정이 다릅니다. 새로 지을 상가의 호실 수와 면적이 기존보다 줄어들면, 일부 상가 소유자는 신축 상가를 분양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합이 기존 상가와 똑같은 규모로 지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사업시행계획은 그 약속을 어겼다."

오늘 소개할 사건은 이런 주장을 하며 상가 소유자 17명이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사업시행계획 무효확인을 구한 행정소송입니다. 저는 이 사건에서 피고 재건축조합을 대리했고, 창원지방법원은 2022년 11월 17일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글은 해당 1심 판결을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상가 소유자들이 내세운 두 가지 주장, 곧 신뢰보호원칙 위반과 평등원칙 위반이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그리고 비슷한 분쟁을 앞둔 조합과 상가 소유자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차례로 정리하겠습니다.

1.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 재건축조합은 약 3만㎡ 규모의 정비구역에서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조합이었습니다.

구역 안에는 지하 1층, 지상 3층, 모두 18개 호실로 이루어진 기존 상가 건물이 있었고, 원고들은 그 상가의 구분소유자들이었습니다.

조합은 정기총회에 신축 상가의 건축계획이 담긴 사업시행계획(안)을 상정했습니다. 서면결의서를 낸 조합원을 포함해 400여 명이 참석했고, 그중 390명이 찬성해 안건이 가결되었습니다. 조합은 이 내용대로 사업시행계획을 세워 관할 시장의 인가를 받았습니다.

인가받은 사업시행계획에서 신축 상가는 지하 1층, 지상 2층, 면적 약 693㎡ 규모였고, 1층 9개, 2층 5개 등 모두 14개 호실이었습니다. 이후 조합은 2층 5개 호실을 3개 호실로 바꾸는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도 받았습니다.

기존 18개 호실이 신축 14개 호실로 줄어든 셈입니다. 상가 소유자들은 바로 이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2. 상가 소유자들은 두 가지를 주장했습니다

"기존 상가와 같은 규모로 지어 분양하겠다는 약속을 믿었는데, 호실 수도 면적도 줄었다."

첫째는 신뢰보호원칙 위반 주장이었습니다. 원고들은 조합이 특정 날짜에 원고들에게 신축 상가의 호실 수와 면적을 기존 상가와 똑같이 지어 분양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사업시행계획은 그 약속에 어긋나므로 위법하다고 했습니다.

둘째는 평등원칙 위반 주장이었습니다. 아파트를 갖고 있던 조합원은 모두 아파트를 분양받는데, 상가 소유자는 일부만 신축 상가를 분양받고 나머지는 현금청산 대상이 되니,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것입니다.

원고들은 이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므로 사업시행계획 자체가 무효라는 확인을 구했습니다.

3. "약속했다"는 주장은 객관적 자료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먼저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을 정리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다음 다섯 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그리고 법원은 한 가지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행정처분이 당연무효라며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에서는, 그 처분이 무효인 사유를 원고가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기준에서 보면, 원고들이 조합으로부터 "기존 상가와 같은 규모로 지어 분양받기로 약속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었습니다.

원고들은 정기총회에서 한 상가 소유자가 신축 상가 2층이 5개 호실로 나뉘어 면적이 줄어든 데 대해 질의했다는 사정도 들었습니다. 법원은 그런 질의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질의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약속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첫 요건인 공적인 견해표명의 존재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했던 것이 핵심입니다.

결국 법원은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을 세우기 전에 원고들 주장과 같은 공적인 견해표명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신뢰보호원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조합을 대리하는 입장에서 이 쟁점의 핵심은, 사업시행계획이 총회 의결이라는 정식 절차를 거쳐 수립되었다는 점과 그 이전에 그와 다른 내용의 공식적인 약속은 없었다는 점을 기록으로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조합이 제출한 자료와 총회 영상 등을 함께 살펴 사실관계를 정리했습니다.

4. 아파트와 상가의 결과가 다르다는 것만으로 차별은 아닙니다

두 번째 쟁점인 평등원칙에 대해서도 법원은 대법원 판례의 기준을 따랐습니다.

평등원칙은 모든 차이를 금지하는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상대적 평등을 뜻합니다.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이는 평등원칙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법원은 아파트 소유 조합원이 모두 아파트를 분양받게 된 것은, 이 사업으로 지을 아파트 세대 수가 아파트 분양을 원하는 조합원 수보다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원고들 중 일부가 신축 상가를 분양받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본질적으로 같은 비교집단 사이에 차별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아파트 조합원과 상가 조합원은 공급되는 물량의 구조부터 다르기 때문에 결과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차별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두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5. 이 사건에서 결론을 가른 판단

이 사건은 "말로 들은 설명"과 "공식적인 약속"의 차이가 결론을 갈랐습니다.

재건축 과정에서는 설명회, 총회 질의응답, 조합 임원과의 개별 대화처럼 여러 경로로 이야기가 오갑니다. 그러나 법원이 신뢰보호의 출발점으로 보는 것은 신뢰의 대상이 될 만한 공적인 견해표명입니다. 총회 의결, 조합 명의 공문·안내문뿐 아니라 발언자의 권한과 구체적인 경위 등을 종합해 조합의 공적 견해표명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또 무효확인소송에서는 무효 사유를 주장하는 쪽이 입증책임을 집니다. 사업시행계획을 다투는 쪽이 객관적 자료를 갖추지 못하면, 조합으로서는 정식 절차를 거친 경위를 차분히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방어의 큰 축을 세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가 소유자 입장이라면, 조합으로부터 받은 약속이 있다면 그것이 문서로 남아 있는지, 조합의 공식 의사로 볼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 보셔야 합니다.

6. 이런 사건으로 상담하실 때 준비할 자료

조합 측이든 상가 소유자 측이든, 다음 자료가 있으면 사건의 윤곽을 빠르게 잡을 수 있습니다.

7. 초기 검토에서 확인하는 사항

인가·고시를 거쳐 확정된 재건축조합의 사업시행계획 자체는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할 수 있고, 인가처분의 고유한 하자와 계획 자체의 하자는 다투는 대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건을 처음 검토할 때는 다음 사항부터 봅니다.

8. 자주 묻는 질문

Q1. 조합 임원이 설명회에서 "상가는 기존 규모대로 지어 드린다"고 말했다면, 그것만으로 약속이 되나요?

설명회 발언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조합의 공식적인 약속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총회에서 상가 면적 축소에 관한 질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것만으로 약속이 있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발언자의 지위와 권한, 발언의 구체성, 전체 경위와 기록을 종합해야 합니다. 총회 의결이나 조합 명의의 문서는 중요한 자료이지만, 서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공적 견해표명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Q2. 신축 상가 호실이 기존보다 적으면, 그 자체로 사업시행계획이 위법한가요?

호실 수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이 되지는 않습니다. 사업시행계획은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쳐 수립되고 행정청의 인가를 받습니다.

법령·정관 위반이나 절차상 흠 등 구체적인 사유를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당연무효 확인을 구한다면 단순한 위법 가능성을 넘어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도 살펴야 합니다.

Q3. 아파트 조합원은 모두 분양받는데 상가 조합원 일부만 현금청산되면 차별 아닌가요?

이 사건에서 법원은 아파트와 상가는 공급 물량의 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아파트 세대 수가 분양 희망 조합원보다 많아 모두 분양받게 된 것일 뿐이라는 취지입니다.

이 사건의 판단 범위와 별개로, 같은 상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합리적 기준 없이 분양 대상을 정했다면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분양 기준과 그 적용 과정을 따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Q4.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조합원 지위를 잃었는데도 사업시행계획을 다툴 수 있나요?

사업시행계획이 당연무효라면 그에 따른 분양신청 절차의 효력과 장래 새 계획에 따른 신청 기회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조합원 지위를 잃은 원고들의 법률상 이익을 인정한 뒤, 본안에서 무효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했습니다.

다만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과 무효가 인정되는 것은 별개입니다. 무효 사유는 여전히 다투는 쪽이 입증해야 합니다.

사건이 남긴 실무적 의미

재건축 상가 분쟁은 감정이 앞서기 쉽지만, 소송에서는 결국 기록이 말합니다. 공식적인 약속이 문서로 남아 있는지, 총회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차이에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조합 측이라면 총회 자료와 사업시행계획 수립 경위를 미리 정리해 두시고, 상가 소유자 측이라면 받았다는 약속의 근거 자료부터 모아 두시기 바랍니다. 위 자료를 갖춰 상담하시면, 소송의 형식과 기간, 주장의 구성, 사업 일정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검토해 드릴 수 있습니다.

재건축·정비사업 분쟁은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 등 다투는 대상부터 구별해야 합니다. 인천 검단에서 상담을 준비하신다면 문제 되는 계획과 총회 자료, 통지받은 날짜를 함께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판단 근거

위 대법원 판결은 법률상 이익에 관한 관련 판례이며, 본 수행사례인 창원지방법원 1심 판결과는 구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