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동법률사무소 KY파트너스 정동욱 대표변호사입니다.

공사 도중 시공사가 바뀌는 현장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첫 시공사가 공사를 포기하고 다른 회사가 이어받아 준공까지 마치는 경우입니다.

문제는 돈을 정산할 때 생깁니다. 첫 시공사 앞으로 하도급업체들의 가압류가 걸려 있는데, 새 시공사는 정산합의서에 적힌 금액을 전부 달라고 요구합니다.

발주자 입장에서는 난감합니다. 새 시공사에 주자니 가압류채권자들에게 다시 물어줘야 할 것 같고, 안 주자니 지연손해금이 불어날 것 같습니다.

제가 수행한 사건이 바로 이런 경우였습니다. 저는 공장을 지은 발주자(건축주)를 대리했고, 새 시공사는 미지급 공사대금 약 3억 3,3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1심에서 시공사의 청구가 기각되었고, 시공사는 항소하면서 원금 청구를 2억 원에서 333,317,139원으로 확장했습니다. 항소심인 창원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2022. 8. 19. 시공사의 항소와 늘린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에서 어떤 주장이 받아들여졌는지, 비슷한 처지의 발주자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시공사가 바뀐 현장이었습니다

발주자는 공장 신축공사를 첫 시공사에 약 61억 3,000만 원에 맡겼습니다.

그런데 공사가 5~6개월가량 진행된 시점에 첫 시공사가 공사를 포기했습니다. 그 하수급인 쪽이 새 회사를 세워 공사를 이어받았고, 발주자는 이 새 회사와 2차 도급계약을 맺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2차 도급계약의 공사대금이 1차 계약과 똑같은 약 61억 3,000만 원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상당한 공사가 진행된 상태였는데도 금액이 같았습니다.

2차 계약서의 추가사항에는 이런 문구가 들어 있었습니다.

"기발생된 기성금의 압류는 법적판단에 따른다", "기 발생된 대금은 시공사가 지불한다"

공사는 2019년 3월 준공되었고, 당사자들은 정산합의로 공사대금을 68억 5,00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발주자는 그중 약 65억 1,700만 원을 지급했고, 남은 약 3억 3,300만 원이 다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첫 시공사의 공사대금채권에는 하도급업체들의 가압류·압류가 잇따라 들어왔습니다. 판결이 확인한 금액만 합쳐도 약 3억 7,800만 원으로, 남은 공사대금보다 많았습니다.

2. 시공사는 "정산금은 전부 우리 몫"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산금 68억 5,000만 원은 모두 우리가 시공한 부분에 대한 것이니, 남은 돈을 지급하라"

시공사의 주장은 단순했습니다. 정산합의에서 금액을 정했으니 남은 돈을 달라는 것입니다.

시공사는 첫 시공사의 1차 도급계약이 공사이행보증서를 내지 못해 효력이 생기지 않았으므로, 첫 시공사가 발주자에게 가질 공사대금채권도 없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저는 정산금 안에 첫 시공사가 공사를 포기하기 전까지 시공한 부분의 대금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부분은 첫 시공사나 그 채권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지, 새 시공사가 청구할 돈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미 상당한 기성이 생긴 상태에서 2차 계약 금액을 1차 계약과 같게 정했다면, 그 금액에는 첫 시공사의 기성금과 새 시공사가 할 공사대금이 합쳐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공사가 첫 기성금으로 청구한 약 15억 7,300만 원에 첫 시공사 시절 하도급업체들이 한 공사와 납품한 자재의 대금이 들어 있었던 점, 2차 계약 특약에 "기발생된 기성금" 문구가 있는 점도 근거가 되었습니다.

1차 계약의 효력에 관한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공사도급계약이 중도에 효력을 잃더라도 이미 시공한 부분까지 소급해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가 조건 불성취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첫 시공사는 이미 시공한 부분에 대해 여전히 기성금 채권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3. 가압류된 돈은 "법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주지 않기로 한 약정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지급 유보 약정이었습니다.

첫 시공사가 공사를 포기하던 날, 발주자와 첫 시공사·하수급인 쪽 실질 운영자들이 모여 이렇게 약정했습니다.

"기 채권가압류 금액은 법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발주처에서 보관하고 승소시 지불하나 패소시는 본 금액만큼 지불하지 않는다"

저는 이 약정과 2차 계약서 추가사항을 근거로, 가압류액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은 지급기한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시공사가 실제로 기성금을 청구할 때마다 가압류 금액을 빼고 청구해 온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렇게 유보한 돈을 합산하면, 일부 해결되어 지급받은 금액을 빼고 정확히 청구금액 약 3억 3,300만 원과 같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유보한 공사대금의 지급일은 가압류 문제가 법적으로 해결된 때이고, 아직 해결되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지급기한이 도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4. 법원은 가정적 판단으로 혼합공탁의 효력도 인정했습니다

발주자는 소송 중에 남은 공사대금 약 3억 3,300만 원 전액을 공탁했습니다. 첫 시공사(또는 그 채권자들)와 새 시공사 중 누구에게 지급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법원은 지급기한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지급의무가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혼합공탁에 의한 변제의 효력이 있는지를 부가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채권양도 통지가 있었다가 철회되어 양도가 유효한지 의문이 있고, 같은 채권에 여러 가압류·압류가 겹친 경우에는 변제공탁과 집행공탁을 함께 하는 이른바 혼합공탁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시공사가 남은 공사대금 일부를 제3자에게 양도했다가 소송 중에 양도를 취소한다고 통지했습니다. 하도급업체들의 가압류까지 겹쳐 있었습니다.

다만 채권자를 알기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아무 공탁이나 유효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자불확지 변제공탁의 요건과 집행공탁의 근거, 공탁금액과 공탁원인의 적정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법원은 법률전문가가 아닌 발주자가 하도급업체들의 기성 범위, 우선순위, 가압류 도달 순서를 스스로 판단해 지급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잘못 지급하면 이중으로 변제할 위험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발주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해도 채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고 보아 공탁을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급기한이 오지 않았으므로 지연손해금까지 공탁할 의무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5. 시공사가 바뀐 현장의 발주자가 확인할 5가지

비슷한 상황이라면 아래 사항을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Q1. 정산합의서에 금액을 적었으면 그 돈은 무조건 지급해야 하나요?

정산합의는 중요한 기준이지만, 그 금액이 누구의 시공분에 대한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사건처럼 이전 시공사의 기성분이 정산금 안에 들어 있다면, 그 부분까지 새 시공사에 지급할 의무가 바로 생긴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Q2. 가압류가 들어온 공사대금은 언제까지 보관할 수 있나요?

가압류만으로 채무가 없어지거나 이행기 이후의 지체책임이 자동으로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당사자 사이에 지급을 미루기로 한 약정이 있으면 그 약정에서 정한 시점까지 지급기한이 오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약정이 없다면 공탁을 검토하는 것이 지연손해금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Q3. 누구에게 줘야 할지 모를 때 공탁하면 지연손해금도 멈추나요?

공탁 원인과 금액 등 요건을 갖춘 유효한 공탁은 변제의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채무의 일부만 공탁하면 원칙적으로 변제공탁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단순히 넣은 금액만큼 항상 채무가 소멸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은 남은 원금 전액을 공탁했고 지급기한도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고 판단된 사안입니다.

다만 지급기한이 이미 지났다면 지연손해금까지 함께 공탁해야 전부 소멸할 수 있으니, 공탁 전에 지급기한부터 따져 보아야 합니다.

사건이 남긴 실무적 의미

시공사가 바뀐 현장에서 발주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같은 돈을 두 번 내는 상황입니다.

교체 당시의 약정과 기성 청구 내역이 남아 있다면 지급을 미룰 근거가 될 수 있고, 채권자가 불분명하다면 공탁으로 위험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소송이 들어오기 전에 자료부터 모아 두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창원지방법원 2022년 8월 19일 선고 항소심 판결을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인천 검단은 상담 사무소 소재지이며, 이 사건 공사 현장의 소재지를 뜻하지 않습니다.

관련 판단 근거